유전 간극 제어로 분극 전환 전압 측정 정확도 8배 이상 향상, 압전반응현미경 신호 비대칭성 4% 미만, 나노 소재 분석 신뢰성 증대 기대
(대전=세종충청뉴스) 송윤영 기자 = 머리카락 두께의 수만 분의 1도 관찰할 수 있는 초정밀 현미경으로 특수 전자소자를 측정할 때 발생하던 오차의 원인이 밝혀졌다. 한미 공동 연구진이 그동안 측정 대상 물질의 특성으로 여겨졌던 오차가, 실제로는 현미경 탐침 끝부분과 물질 표면 사이의 극미세 공간 때문이라는 사실을 밝혀낸 것이다. 이번 연구는 반도체, 메모리 소자, 센서 등에 활용되는 나노 소재 특성을 정확하게 분석하여 관련 기술 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KAIST(총장 이광형)는 신소재공학과 홍승범 교수 연구팀이 미국 버클리 대학 레인 마틴(Lane W. Martin) 교수팀과의 국제 공동연구를 통해, 주사탐침현미경 측정의 최대 난제였던 신호 정확도를 저해하는 핵심 요인을 규명하고 이를 제어하는 획기적인 방법을 개발했다고 18일 밝혔다.
연구팀은 현미경 탐침과 시료 표면 사이에 존재하는 비접촉 유전 간극이 측정 오차의 주요 원인임을 밝혀냈다. 이 간극은 측정환경에서 쉽게 변조되거나 오염물질로 채워져 있어 전기적 측정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연구진은 물과 같은 고유전율 유체를 이용해 이 간극을 채우는 방법을 고안, 나노스케일 분극 전환 전압 측정의 정밀도를 8배 이상 향상했다. 이러한 접근은 기존의 대칭 커패시터 구조에서 얻은 결과와 거의 일치하는 값을 얻을 수 있어, 강유전체 박막의 특성 분석에 새로운 장을 열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특히, 연구진은 규칙적으로 위아래 전기적 특성이 정렬된 리튬 니오베이트(PPLN, 광학 및 전자 소자에 사용되는 특수 결정) 물질에 물을 매개체로 사용했을 때, 기존보다 월등히 높은 정밀도의 압전 반응력 현미경(PFM, 물질의 미세 전기적 특성을 관찰하는 특수 현미경) 측정에 성공했다.
물로 제어된 유전 간극에서는 다른 분극 신호 간의 비대칭성이 4% 이하까지 떨어지는 것을 확인했다. 이는 물 분자가 표면 전하를 중화시켜 정전기력 영향을 최소화한 결과로 분석된다. 이는 마치 건조한 겨울철에 발생하는 정전기를 물로 없앨 수 있는 것과 비슷한 원리다.
KAIST 홍승범 교수는 "이번 발견은 미세 탐침을 활용한 나노스케일 측정 기술의 불확실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반 연구이며, 강유전체뿐만 아니라 다양한 기능성 재료의 전기적 특성 분석에 널리 적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KAIST 신소재공학과 엄성문 박사과정이 제 1저자로, 김연규 박사과정이 공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드 펑셔널 머티리얼즈(Advanced Functional Materials)'에 9월 2일 자 출판되었다.
(논문 제목: Unveiling the Nanoscale Dielectric Gap and Its Influence on Ferroelectric Polarization Switching in Scanning Probe Microscopy)
한편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과 KAIST 글로벌 특이점 사업의 지원 및 미국 연구진과의 국제공동 연구를 통해 수행되었다.
붙임 : 연구개요, 사진 및 그림 설명, 교수 이력
□ 연구개요(전문용어 포함)
KAIST 신소재공학과 홍승범 교수 연구팀이 미국 버클리대학 Lane W. Martin 교수팀과의 공동연구를 통해 나노스케일 전기적 특성 측정의 정확도를 획기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했다.
□ 연구의 과학적 중요성
나노스케일에서의 전기적 특성 측정은 차세대 반도체, 메모리 소자 등의 개발에 필수적이다. 특히 주사탐침현미경(SPM)은 나노물질의 특성을 원자 수준에서 분석할 수 있는 핵심 장비로 활용되어 왔다. 특히 전기적 분석을 진행할 때 상단전극 대신 매우 얇은 나노미터 단위의 금속 팁 상단 전극처럼 사용하여 디바이스를 구성하여 분석할 수 있는 첨단 분석방법이다. 그러나 그동안 SPM을 이용한 측정에서 발생하는 오차의 원인이 명확히 규명되지 않아 정밀한 분석에 한계가 있었다.
□ 핵심 연구성과
본 연구팀은 SPM 측정에서 발생하는 오차의 주요 원인이 현미경 탐침과 시료 표면 사이의 '나노스케일의 유전 간극(Dielectric gap)'이라는 사실을 최초로 규명했다.
□ 측정 오차의 메커니즘 규명
SPM 탐침과 시료 표면 사이의 1 나노미터 이하의 간극이 불안정한 전기적 특성을 야기한다. 기존에 물질 자체의 특성으로 여겨졌던 측정값 변동이 실제로는 이 간극 효과에 기인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 오차의 해결 방안
물(상대 유전율79)과 같은 고유전율 매질을 활용해 간극 효과 제어에 성공했다. 이를 통해 분극 전환 전압 측정의 정확도를 8배 이상 향상시켰으며, 기존 대칭 커패시터 구조의 측정값과 거의 동일한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또한, PPLN(Periodically Poled Lithium Niobate) 결정에서 도메인 간 비대칭성을 4% 이하로 감소시켰다. 이는 강유전체 물질의 표면에 존재하는 표면에너지를 물 이온이 충분히 중화시켜 비대칭 정전기력 효과를 감소시키기 때문이다. 또한 측정 과정에서 시료에 손상을 주지 않는 비파괴적 분석이 가능하며, 다양한 나노물질의 전기적 특성 분석에 즉시 적용할 수 있다.
□ 기대효과
이번 연구는 나노물질의 전기적 특성을 더욱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기존의 SPM 분석에서 제시되었던 “Dead layer” 이론 등의 효과로 인해 실제값의 측정이 불가능할 것이라는 상식을 뒤집고, 차세대 전자소자 개발에 필요한 나노물질의 정밀한 특성 분석이 가능해졌으며, 강유전체 소자, 차세대 메모리, 센서 등 다양한 분야의 분석에 적용할 수 있다.